간호사신문 [독자 기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존엄한 삶을 위한 마지막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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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문재택간호사회 작성일 2026-07-29 13:52 조회 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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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이 불과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 제도의 목적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보건의료, 건강관리 및 예방, 장기요양, 일상생활돌봄, 가족 지원 등 다섯 가지 핵심 영역을 연계해 제공하며, 장기요양등급 신청 지원부터 주거환경 개선, 주택 지원까지 아우른다. 긴급 상황에는 즉시 서비스를 연계하고, 장기적으로 복합 처방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자체의 통합돌봄 창구 등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제15조(보건의료)에서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의료기관 및 통합지원 대상자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진료서비스외에도 ‘간호법’ 제12조에 따른 간호사가 통합지원 대상자의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간호서비스를 함께 규정하고 있어 통합돌봄에서의 간호사 역할도 매우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오랜 시간 지역에서 방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해온 간호사로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지역에는 자의든, 타의든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 제대로 된 치료나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신다. 관리 시기를 놓쳐 너무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접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한 사례가 있다. 심한 악취가 난다는 동네 주민들 민원을 동주민센터가 접수하였고, 지자체에서 긴급돌봄이 필요하다 판단되어 방문간호센터로 의뢰가 들어왔다. 긴급돌봄 서비스 요청을 받고 방문했을 때, 집 안 가득 퍼진 냄새는 상상을 초월했다. 청소와 환기를 해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원인을 찾기 위해 이부자리를 들추자, 파리가 다섯 마리 붙어 있었고, 등을 걷어보니 직경 20cm가량의 깊게 파인 상처에 구더기가 살을 파먹고 있었다. 목욕을 시키고 핀셋으로 구더기를 제거하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통증이 심했을 법하지만, 그저 묵묵히 견뎌왔다고 하신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물었더니, 긴 이야기를 털어놓으셨다. 할머니는 제주 4.3사건 당시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이 억울하게 폭도로 몰려 수용소에서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25세에 재혼해 아들 셋을 뒀으나, 37세에 또다시 남편을 잃었다. 40세 무렵, 등에 종기가 생겨 병원에 갔더니 피부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당시 암은 완치율도 낮고, 치료비도 만만치 않아서 할머니는 차마 수술을 선택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여섯 살 막내아이를 보며 그저 숨 멎는 날까지 아이들을 돌보면 그만이라 생각했다한다. 그로부터 47년이 지나는 동안 할머니는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이 아닌가? 암 판정 이후에 47년을 살아오신 것도, 47년간 한번도 병원을 찾지 않은 그 마음도..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저 당신 스스로만 아픔을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어쩌면 우리네 부모님들이 다들 그러한 마음이셨지 않을까….
할머니에게 이제라도 치료를 하시자 권하니 “에이, 90 가까이 살았으면 됐지요”라며 거절하셨다. 마침 센터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던 때라 의사가 직접 방문해 진통제를 처방했고, 이후 방문간호센터에서 주기적으로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그러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집에서 머물다 눈을 감으셨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앞선 사례의 할머니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분이었고, 요양서비스도 받으셨다고 한다. 아무리 청소를 하고 해도 냄새는 쉬이 사라지지 않더라는 요양보호사 분의 말씀이 지금도 머리에 생생하다. 요양서비스에서 찾아내지 못한 부분을 간호사가 찾아내고, 필요하면 의사가 집으로 찾아와서 상태를 살피는 등의 유기적인 협력, 서비스가 너무나 아쉬운 상황이다.
정부는 복지 정책을 논할 때마다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한다. 통합돌봄에서 종합판정을 통해 병원 기록을 토대로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가려낼 수 있다고 하지만, 위 할머니 사레처럼 의료 기록이 전혀 없으면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또 어떻게 발굴하고 연계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다.
이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제때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전문가, 기관이 함께하는 ‘통합돌봄협의체’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야말로, 삶의 끝자락에서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울타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희(간호사가여는 빛사랑 통합돌봄재활센터)
출처 : 간호사신문(https://www.nursenews.co.kr)




















